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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기자와 트라우마

끄적끄적

by 영상기자 2022. 10. 3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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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사이에 있어서는 안될 대형참사가 벌어졌습니다.


먼저 이번 사고로 고인이 되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뉴스로 소식을 접한 많은 분들이 안타까움에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하셨을 겁니다.


저는 이번에 현장취재를 하지 않았지만,

이런 사건현장을 마주하는 영상기자들도 많은 후유증을 겪습니다.


소방 경찰처럼 직접적으로 참혹한 현장을 마주하지는 않지만

사건 현장에 있다보면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되고, 봐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직 기자 10명 중 8명, 심리적 트라우마 경험"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현직 기자 10명 중 8명가량이 일하는 동안 심리적 트라우마를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ww.yna.co.kr

이태원 참사
이태원 참사현장

 

그 중에서도 특히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을 취재하는 것이 가장 힘든 것 같습니다.

오열하는 가족에게 카메라를 들이미는 것 자체가 심적으로 굉장히 부담입니다.

그렇다고 영상기자들이 남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들은 아닙니다.

영상기자라면 실제 안타까운 사연을 취재하며,

뷰파인더 안에서 남몰래 흐르는 눈물을 닦아낸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겁니다.



다만 피해정도와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고,

보도를 통해 향후 대책이 마련되도록 기여한다고 생각하기에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런 보도가 안타까운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구요.

하기싫은 일이고 다같이 하지말자하고, 안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는거죠.

이태원 압사사고
사고현장의 폴리스라인


회사의 지시+현장의 취재경쟁은 슬픔에 공감할 겨를도 없이 영상기자들을 몰아세우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선정적 보도와 과도한 취재경쟁에 대한 자정은 많이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무분별한 취재와 보도는 지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알기에,

회사와 기자협회에서도 주기적으로 취재윤리에 대한 교육을 시행합니다.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기자들은 비상입니다.

평소라면 교대인원이 투입될 수 있겠지만,

근무인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현장에서 장시간 근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사고현장이 지방이라면 장기간 출장을 가게될 수도 있구요.

그러다보면 체력적으로도 매우 지치고 힘들죠.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

재해로 집과 일터를 잃은 사람들 앞에서는 차마 힘들다는 생각도 사치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일을 하면서 항상 좋은 일만 취재하면 좋겠지만 당연히 그럴 수는 없는 거고요..

할로윈 사고현장
고인의명복을빕니다


아무튼 몇번을 겪어도 장례식장과 유족 취재는 여전히 괴로운 일입니다.


부디 앞으로는 이런 대형 참사를 취재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한번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사고 나흘뒤, 기자협회에서 문자를 발송했네요. 아래에 첨부합니다.

 

<이태원 참사 관련 기자 트라우마 대응 방안 안내 >

 

이태원 참사 취재로 인한 기자들의 트라우마가 매우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방송기자연합회·한국기자협회·한국여성기자협회는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기자들의 트라우마 예방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언론사와 현장 기자들에게 우선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급하게 정리하여 보내드립니다.

 

*재난 보도와 트라우마

-재난 현장을 목격하거나 현장을 취재하는 과정 자체가 충분히 트라우마 경험에 해당합니다. 그러한 경험에 노출되는 직업일수록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자로서의 전문적인 능력이나 자질의 문제로 받아들이면 안됩니다.

 

-이태원 참사는 서울 한복판에서 많은 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기에 더욱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경찰과 구조대원들에게도 큰 정신적 충격을 주었듯이 처참했던 현장과 사상자들이 이송된 병원에서 취재하는 기자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직업에 상관없이 인간으로서 느끼는 충격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입니다. 처참했던 현장의 특수성은 물론, 사건 초기 영상과 사진 등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기자들의 트라우마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재난이나 참사의 트라우마는 개인이 혼자서 관리하기 어렵습니다. 현장 기자들은 물론 조직 차원의 충분한 지원과 대응이 필요합니다. 같은 직종에 있는 동료들이 서로에게 좋은 지원이 될 수 있기에 충분히 그 자원을 활용해야 합니다. 언론사에서는 그러한 수평적 지원을 허용해줄 뿐 아니라 조직 차원의 지원을 충분히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언론사 차원의 대처 방안

-언론사는 재난 현장에서 취재하는 기자의 심리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반응에 맞춰 대응해야 합니다.

-취재 현장에 있는 기자에게 충분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현장의 돌발 상황 등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합니다.

-가급적 근무 교대를 통해 장기간 현장에서 혼자 스트레스에 노출될 위험을 낮춰야 합니다.

-데스크는 현장에 나가 취재하는 기자들과 마감 후 전화통화 등 지속적인 연락을 통해 이들의 심리적, 신체적 상황을 확인해야 합니다.

-재난 현장을 취재한 뒤에는 가능하면 휴가 등을 통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재난 현장 취재로 인한 심리적 압박을 줄인 뒤 일상 업무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합니다.

-복귀 후 심리적인 어려움을 당장 호소하지 않더라도 해당 기자에게 어떤 전문 상담이나 의료지원이 가능한지 알려주고, 시간이 지나서 요청하더라도 지원해야 합니다. (많은 트라우마 반응은 시간이 흐른 후에 나타납니다.)

-보도 후 명예훼손 등 소송이나 온라인 공격 등 기자에 대한 괴롭힘 등이 발생할 경우 언론사는 행정적, 법률적 지원을 해야 합니다.

 

*기자 개인의 대응 방안

-재난 당사자나 유가족 인터뷰 등 취재 과정에서 죄책감이나 기자 윤리 차원에서 딜레마를 느낄 수 있습니다. 윤리적 딜레마에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는 본인을 포함해서 어느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가치관이 아니라 사실(팩트)에 집중하여 전달하는 것입니다. 재난이나 인재로 인한 참사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막연한 불안감과 공포를 줍니다. 언론인이 현장과 관련된 사실 정보를 성실히 제공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공동체가 참사의 고통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취재 후 자신이나 직무에 대해 “나는 쓸모 없어, 나는 겁쟁이야”와 같이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지속될 경우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꼭 전문가 아니어도 됩니다. 동료도 좋은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자신을 향한 자기 비난이 과연 타당한지 객관적으로 평가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기자 직무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은 인식해야 합니다. 재난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고 기자의 직무 범위를 넘어서는 일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이나 전문가 등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기자는 재난 현장 취재 후 자신의 몸과 마음의 변화에 주목해 스트레스 반응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불면증이나 몸의 떨림, 가슴 두근거림, 긴장성 두통, 식욕 저하 혹은 폭식, 소화 불량, 활력 저하, 진통제나 술과 같은 약물을 찾게 되는 등 신체 변화가 일어나는지 살펴야 합니다.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나쁜 일이 생기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걱정하거나 남들은 괜찮은 상황에서 혼자 두려움, 공포를 느낌, 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절망함, 죄책감을 느끼거나 냉소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과민해지거나 악몽을 꾸는 등 심리적 변화도 체크해야 합니다.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지속되거나 대인관계나 가족관계에서 평소보다 예민해질 경우 데스크 등 상부에 보고하고 휴가(업무 현장과 거리두기), 상담(공적 상담 혹은 사내 상담, 개인 상담 등) 및 진료 등의 조치를 요청합니다.

 

 

방송기자연합회·한국기자협회·한국여성기자협회

 

- 전국 244개 가족센터

- 전화상담: 1577-9337

* 상담 운영 현황 확인: https://familyseoul.or.kr/branch-counsel-info)

 

-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 서울 내 합동분향소 2곳(서울광장·녹사평역 광장) / 심리지원 상담소 (대면상담)

 

- 국가트라우마센터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 전화상담: 1577-0199(운영시간 확인필요)

 

- 한국심리학회 무료 심리상담

- 전화상담 1670-5724 (운영시간: 09시-21시)

 

** * 현재 국가트라우마센터(심민영 센터장)와 대한정신건강재단 재난정신건강위원장(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 언론인 상담을 할 수 있는 정신건강의 명단을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언론인의 특수 상황이나 취재 활동을 이해하고 상담할 수 있는 분들을 찾고 있으며, 추가되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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