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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 여명작전(삼호주얼리호 피랍사건) <1>

해외취재기

by 영상기자 2022. 6. 2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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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당시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초대형 항공기, 에어버스 A380을 타고 간 첫 중동 출장지 오만.

여러 가지로 기억에 많이 남는 출장이었다.
그동안 해외에서 벌어진 사건사고는 대부분 외신 자료를 받아서 써 왔는데,
이렇게 직접 현지 취재를 가는 건 아마도 처음인 것 같다고 했다.
게다가 '오만'은 선배들에게 물어봐도 다녀온 사람도 없었고, 현지 정보를 도통 얻을 수 없었다.
그저 도착하면 외교부에서 지원을 많이 해줄 거라는 별 근거도 없는 말에만 의지한 채 무작정 출발했다.
하지만 오만 무스카트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에미레이트 A380
인천-두바이를 오가는 에미레이트 A380
당두바이공항
당황스러울 정도로 넓었던 두바이공항


바로 무스카트 공항 세관에서 방송용 카메라 장비를 문제 삼은 것!

취재 비자를 받아온 것도 아니었고, 말도 잘 안 통하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마침 공항에 나와있던 다른 방송사의 현지 코디가 쩔쩔매고 있는 우리를 보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다행히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고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공항을 빠져나와서도 문제였다. 현지 교통편이나 숙소도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
나는 염치없게도 또 다른 회사 선배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현지 이동부터 숙소 섭외까지 모든 것이 한 번에 해결될 수 있었다. 귀찮을 법도 한데, 그 선배에겐 아직까지도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두바이 상공
처음 가보는 낯선 땅, 중동
두바이
두바이 시내를 벗어나면 바로 나타나는 사막


지금은 아무리 다급한 출장이라고 해도 그렇게 준비 없이 무작정 출발하는 경우는 없다. 그때만 해도 선배들마저도 이런 출장의 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인지, 나에게 이러이러한 준비를 해야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비용 문제로 현지코디와 차량 따위를 생각하는 것마저도 사치였다. 그러니 애초에 항공권 말고 돈 드는 것은 딱히 준비할 것도 없었다. 호텔이야 도착해서 어떻게든 몸 뉠 곳을 구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오만 국기
묵었던 호텔앞에 걸린 오만국기


당시 보도전문 채널이었던 우리 회사는 24시간 뉴스 편성이었다. 

그래서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보도를 할 수 있게 준비해야 했다. 일단 함께 온 취재기자 선배는 도착하자마자 바로 전화연결 준비. 현지 자료 영상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나는 현지 화면부터 담아서 서울로 보내야 했다. 하지만 차량도 없고, 지리도 모르고,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던 나는 정말 염치없게도 아까 도움을 요청했던 선배에게 다시금 부탁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쪽도 어차피 오늘 도착해서 현지 스케치는 한번 돌아야 하기 때문에 가는 길에 나 좀 태워달라고.. 진짜 생면부지 선배에게 나는 낯짝 두껍게도 많은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도 그 선배는 흔쾌히 도움을 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선배니까 그만큼 도와준 거지, 나였으면 적당한 핑계로 거절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해변축구
무스카트의 어느 해변, 침대축구는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오만 무스카트 현지 취재는 시작되었다. 하지만 오만 현지에 왔다고 해서 딱히 사건 현장에 접근할 방법은 없었다. 같이 온 취재기자는 대사관에 차려진 프레스센터에서 새롭게 들어오는 소식을 덧붙여 매 시각 전화연결을 해야 했다. 요즘 같았으면 매 시각 MNG로 생중계를 했을 텐데 다행인 건가.. 아무튼 매일 같은 영상으로만 방송을 할 수 없기에, 나 혼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 내야 했다. 어느 날은 무스카트 공항에 무슨 헬기가 와 있다고 해서 영상에 담으려 혼자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활주로를 촬영하기 위해 고가도로에 올라갔다가 경찰에게 잡힐 뻔한 일은 지금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괜히 무리하다가 앞으로의 취재를 그르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오만 무스카트
혼자서 무스카트 시내 스케치를 하러가는 길


해외에 나오면 먹는 것도 일이다.

어차피 아침은 거르고, 점심이야 햄버거나 도시락으로 때우는 거고. 저녁은 한식 마니아인 선배 덕분에 한인 게스트하우스에서 한식을 주로 먹었다. 술 구경하기 어려운 중동 국가지만, 한인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저녁을 먹으며 반주로 소주도 한잔할 수 있었다. 물론 매우 비싸긴 했지만. 저녁에 호텔에 들어와 시원한 맥주 한 잔이 간절했지만, 혹시나 싶어 몇 군데 마트에 들러봐도 맥주는 구경도 할 수 없었다. 한국이었으면 당연히 생맥주가 놓여 있을 분위기인데, 테이블에 콜라와 물 담배만 올려져 있는 식당 앞 풍경은 정말 낯선 경험이었다. 그래도 중동 국가지만 술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일부 호텔의 바에서는 술을 팔고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꾸마'를 쓰고 '마싸'를 두른 전통복장을 한 채로 술을 마시는 오마니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물담배광장
호프광장 분위기인데 사실 물담배광장

 

준비도 부족했고, 나의 경험도 부족해 우여곡절이 많았던 오만 출장.
고생도 많이 했지만, 함께 간 선배 덕분에 단독 보도도 할 수 있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 오만 출장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천안함과 백령도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인근 서해상에서 우리 해군 함정 천안함이 두 동강이 나서 침몰했다. 그로부터 약 보름뒤, 아직 수습딱지도 떼지 못한 나는 후발대로 천안함 취재현장에 투입되었다.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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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곡은, 오만 택시에서 내내 들었던 추억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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